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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_사랑과 관능적 경탄, 마광수

연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연애를 위한 연애’이고 다른 하나는 ‘진짜 사랑에 빠져서 하는 연애'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물론 정신적인 사랑이 아니라 관능적인 사랑을 가리킨다.
‘연애를 위한 연애’가 사람들이 하는 연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것은 하도 굶주리다 보니 마지못해 먹게되는 음식과도 같은 것으로서, ‘시장이 반찬’이라는 속담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진짜 사랑은 ‘관능적 경탄’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하자면 첫눈에 보고 반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학벌이 어떻고, 집안이 어떻고, 직업은 무엇이고, 성격은 어떤가 따위의 문제가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즉, 상대방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야 한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소개로 만나게 되는 이성은 ‘진짜 사랑’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아무래도 선입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소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에 배고픈 상태’를 전제하는 것이므로, 관능적 열정에 의한 순수한 직관이 불가능하다.
‘관능적 경탄’은 시각에 의존한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어 보니 감칠 맛이 나더라’나 '상대방과 키스를 해보니 뿅 가게 되더라'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까 첫눈에 보고 반하는 사랑은 ‘상대방의 외모에 대한 경탄’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
마광수, <연애에 대하여>